오래된 관사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2017. 8. 7. 23:45귀신이 보인다

 

우리 부대는 예전에 사단본부였다가 연대로 개편되면서

예전에 사용하던 건물들이 빈 건물이 되어 관리병들이 관리를 하는데

그중 한 건물이 사단장이 사용했다던 관사이다.

근무초소가 관사 근처라서 근무 때 가면서 지나치는데 좀 으스스하다.

관리병이 관리를 해서 깨끗하기는 한데 아무래도 50~60년대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벽에 금이 가고 콘크리트 색이 바래진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더 군다나 관사로 쓰이다 빈 건물이 된 후 장교랑 부사관들이

BOQ로 몇 번 사용하려고 하다가 포기하고 나서 이제 아무도 살지 않는

오래된 버려진 건물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부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마당도 크고 잔디도 잘 정돈돼있어

부대에 외부인사를 초대해서 행사를 할 때 사용되고는 했다.

하여간에 초소가 관사 옆이다 보니 근무를 서는데 비가 오는 새벽에

관사 안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있었다.

 

 

 

 

 

 

고참이 근무를 서면서 이야기를 해주는데 자신이 짬찌(짬찌끄레기)인 시절에

비 오는 날 새벽 선임은 졸고 자기는 안 자고 FM으로 경계를 서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순간 날카로운 여성의 큰 비명소리가 관사에서 들렸다고 했다.

너무 놀라서 선임을 쳐다봤는데 선임은 못 들었는지 탄통에 앉아서

잠을 자고 있었다. 이때 당시만 하더라도 자는 고참을 함부로 깨웠다간

근무지에서 구타를 당하는 건 기본이었고 선임 밑으로 다 집합해서

내리 갈굼에 줘터지고 대략 1달은 지옥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떨리지만 어쩔 수 없이 우의를 입고 혼자서 관사로 확인을 하러 갔다.

 

 

 

 

 

 

 

심장이 두근두근하며 발이 떨려서 걷기도 힘들었지만 만약

확인 안 하고 넋 놓고 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진짜 지옥이었기에

무서움을 무릅쓰고 비를 맞으면서 관사로 다가갔다.

제발 문이 안 열리기 바라며 문 손잡이를 잡았는데 다행히도 문이

잠겨서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문에 달린 유리창으로 안쪽을 살펴봤는데 유리에 십자문양이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고 안이 어두워서 밖에 비치는 라이트 불빛으로

어렴풋하게 실내가 보일뿐 제대로 확인이 불가능했다.

 

 

 

 

 

 

 

 

근데 갑자기 누가 문 손잡이를 반대편에서 급하게 당기는 느낌이 들더니

고참이 지켜보던 유리창 반대편 바로 앞에서 유리창이 흔들리며

"우리 아이가 죽어가요! 살려주세요!"

40대 정도의 여자 목소리였는데 괴성을 넘어 절규에 가까운

고함이 바로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문 안쪽에서 들려왔다.

바로 화들짝 놀라서 자빠졌는데 문이 계속 덜컥거리며

안에서 여자가 아이가 죽어간다고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너무 무서워서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뛰어 도망갔는데 초소 근처까지 와서

총을 관사 현관에 두고 온 것이 생각이 났다. 하필 총을 두고 와서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빌어먹을 하면서 다시 문까지 뛰어갔다.

아무리 귀신이 무섭다 그래도 현실의 고참이 더 무서웠나 보다.

진짜 총만 들고 다시 초소로 뛰어가려고 했는데 사람이라는 게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게 되는지 무서워죽겠는데

관사 출입문을 다시 쳐다보게 되었다.

 

 

 

 

 

 

 

근데 아까 잠겨있던걸 확인했던 문이 열려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안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분명 안에는 아무것도 없을 텐데

전화벨 소리가 계속 울렸다. 진짜 무서워죽겠는데 이상하게

몸은 자꾸 문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야! XXX(고참 이름) 이 ㅅㅂㅅㄲ야!"

문 손잡이를 잡는데 순간 뒤에서 날 부르는 고함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같이 근무를 서던 선임이었다.

 

 

 

 

 

 

 

선임한테 끌려오듯 초소로 복귀를 해서 선임 눈치만 보고 있었다.

선임이 장교 우의를 초소 벽에 걸면서 무서운 눈으로 뒤돌아봤다.

"너 ㅅㅂ 큰일 날뻔한 거 내가 살렸어 ㄱㅅ야"

화를 내면서 조인트를 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차분하게 선임은

탄통에 다시 앉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기서 귀신 보고 실려나간 사람들이 4열종대로 줄서서 연병장 두 바퀴야 ㅅㄲ야."

선임이 관사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나 말고도 여자 귀신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다.

아까 선임도 귀신 목소리가 들렸을 때 잠에서 깨었지만 짬찌였던 고참을

놀려주려고 일부로 자는 척을 했었다고 한다.

일종에 신고식 같은 개념으로 비 오는 날 근무 서는 후임들 중 일부는

고참들이 시켜서 귀신소리가 들릴 때 관사를 찍고 오는 악습이 있었다고 했다.

보통은 귀신소리 들으면 바로 초소로 뛰어오는데 짬찌였던 고참은

총 가지러 간다고 다시 관사로 뛰어가길래 선임이 놀래서 관사로 뛰어온 것이었다.

 

 

 

 

 

 

 

 

선임도 자신이 짬찌일 때 말년 병장한테 들었던 이야기인데 저 관사가

예전에는 사단장이 살던 관사였는데 사단장의 아들이 집안의 기대에

비해 공부를 잘 못해서 괴로워하다 2층 자신의 방에서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때 사단장의 사모님이 과일을 가지고 아들의 방에 들어갔다가

아들이 목을 맨 것을 보고 놀래서 아들의 다리를 붙잡고 우리 아이 죽는다고

1시간을 넘게 울부짖었다고 했다.

외출했다 돌아온 관사병이 사모님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와서 바로 신고하고 했지만 사모님은

아들의 시신이 목줄에서 내려오는 1시간 동안 시신을 붙잡고 계속 오열하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그 이후 사모님은 아들을 못 잊고 식음을 전폐하다 관사에서 약물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관사가 폐쇄가 되었다가 장교들이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2층짜리 양옥 건물이라 BOQ로 사용하려고 몇 번 들어가서 살았다가

어떤 양반은 귀신 보고 도망가고 또 어떤 양반은 정신병에 걸리고 해서

 

결국 아무도 안 사는 관사가 되었다고 한다.

관사 옆 초소는 원래 관사를 경비하던 초소였고 관사 폐쇄 이후

같이 폐쇄하려고 했지만 부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라

초소는 계속 유지가 되었다고 한다.

 

 

 

 

 

 

 

 

고참이 왜 자신이 짬찌일 때같이 근무했던 선임이 해줬던 이야기를

지금 나한테 하는 이유는 바로 지금 관사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