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것은 저승사자였다 1부

2019.02.05 23:31귀신이 보인다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이었다.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대대본부로 5명 정도 되는

 

무리들이 우의를 입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관심병사인 이등병이 아침부터 죽는소리를 하더니 결국

 

대대 의무대로 입실을 하러 가는 것이었다.

 

 

 

 

 

 

분대에 신병 들어와서 처음에 대리고 다니면서

 

먹을 것도 많이 사주고 했는데 일주일 지나면서 본색을 드러냈다.

 

맨날 허리 아프다고 징징대고 뭐만 시키면 헛짓거리만 해대고

 

자다 말고 화장실에서 손목을 긋고 자살시도를 한 것이었다.

 

소대장이 몰래 귀띔해주는데 아마 전출될 거라고 했다.

 

이번에 대대 입실도 사단의무대로 입실하기 전에

 

잠깐 대기하러 대대의무대로 가는 것이었다.

 

 

 

 

 

 


내무실로 돌아왔는데 일병들이 내 옆자리 관물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평소에 이뻐하던 일병 녀석이 하나 있었는데 그 녀석이

 

관심사병 관물대 짐 정리를 하고 있길래

 

그 녀석을 불러다가

 

"야 오늘 너 여기서 자라. 옆에 있던 놈이 없어지니 허전하네"

 

라고 생각 없이 이야기를 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지금같이 침대에서 자던 것이 아니라 침상에서 취침을 했다.

 

그래서 내 옆자리가 관심 병사였기에 자리가 비어버린 것이다.

 

하루 일과가 지나고 10시가 돼서 점호가 끝나고 이부자리를 펼 때였다.

 

소대 문 앞에서 담배들 피면서 비 오는 밖을 바다 보다가 문득 오전에

 

했던 말이 생각이 나서 내가 좋아하던 그 녀석을 불렀다.

 

"야 시발 너 내 옆자리에서 자라. 병신이 가버리니까 옆자리가 허전하다 ㅎㅎ"

 

담배를 물고 웃으면서 그 녀석에게 내 옆자리에 이부자리를 펴게 했다.

 

새벽에 근무가 있던 그 일병은 장구류와 전투복을 가지고 내 옆자리로 왔다.

 

그날 전 국민에게 화재가 되었던 드라마가 하던 날이라 일직사관이

 

TV 연등을 밤 11시까지 시켜줬고 내 옆자리에서 자기로 한 일병은

 

새벽에 근무가 있기에 잠이 들고 나는 TV를 봤다.

 

 

 

 

 

 


한 30분쯤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끙끙거리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쳐다봤는데 이놈이 눈을 뜨고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드라마를 보는데 방해가 됐다는 것에 짜증이 나서 잘 살펴보지 않고

 

별생각 없이 베개를 들고 녀석의 얼굴을 강하게 쳐버렸다.

 

신경 안 쓰고 다시 TV를 보는데 뒤에서 또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다.

 

뒤도 안 돌아보고 "야 시발 불 켤까?" 한마디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도 뒤에서는 계속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다.

 

 

 

 

 

 


열받아서 뒤돌아봤는데 이놈이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쳐다보고 부들부들 거리고 있었다.

 

그 울면서 원망하듯 쳐다보는 눈이 너무 소름 돋아서 지랄하려던 것도

 

멈추고 놈을 바라보게 되었다.

 

"야 왜 그래 뭐야 말을 해봐"

 

내가 말을 걸었으나 놈은 그저 부들부들 거리면서 날 쳐다볼 뿐이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면서 나는 녀석의 뺨을 때렸다.

 

"야 불 켜 시발!"

 

나는 소리를 지르면서 계속 놈의 뺨을 때렸다.

 

불이 켜지고 녀석을 보자 녀석은 마치 사지가 마비된 환자처럼

 

다리가 비틀어진 채로 울면서 부들부들 거리고 있었다.

 

 

 

 

 

 


바로 일직사관한테 보고하고 소대 애들은 녀석의

 

손발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일직사관이 달려왔는데 녀석이 멈추지를 않자

 

연대군의관한테 바로 전화를 해서 보고를 하고 나서

 

소대 애들 몇 명 추려서 녀석을 업고 일직사관의 차를 타고

 

연대의무대로 달려갔다.

 

나는 간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발작 상황을 처음 경험하는지라

 

소대 애들한테는 별거 아닌 척을 했지만 솔직히 너무 무서웠다.

 

 

 

 

 

 


장마라 그런지 아침부터 비가 오더니 새벽인데도 비가 멈출 줄을 몰랐다.

 

너무 놀라기도 하고 아침에 한 명 대대의무대로 보냈는데 자다가

 

또 한 명을 연대의무대로 보내버리니 마음이 너무 착잡했다.

 

상황을 수습하고 불이 꺼진 소대에서 나와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새벽에 비 오는 처마를 바라보는데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담배를 끄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는데 녀석이 누워있던 자리는

 

소대 애들이 치웠는지 이부자리가 개어져 있고 맨바닥이 보이니 허전했다.

 

그렇게 잠이 들고 아침이 되었는데 아직도 비가 오고 있었다.

 

비가 와서 점오는 실내에서 간단하게 받고 다시 침상에 누웠다.

 

부들부들 떨던 그 녀석의 원망하는 거 같던 눈을 생각하니 기분이 찜찜해서

 

밥맛도 없고 해서 소대 애들 밥 먹으러 갈 때가 되서도 혼자 침상에 누워있었다.

 

 

 

 

 

 

애들은 내가 잔다고 생각해서 소대의 불을 끄고 식사 집합을 하러 나갔다.

 

밖에는 비가 와서 어두웠고 모두 나간 불이 꺼진 소대에

 

나 혼자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무심코 눈을 감았는데 순간 녀석의 원망하던 그 눈이 보였다.

 

밖에서 나는 빗소리가 더 으스스하게 들리면서 그 녀석의 눈이

 

더욱더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짜증이 나서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 고문관 녀석의 자리로 몸을 굴렸는데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더니 몸의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내 몸이 잘못됐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머리 위쪽 창문이 드르르르르르르르 하면서 요란하게 떨리면서

 

문쪽부터 냉기가 스며드는 게 느껴지더니 온몸이 떨리고

 

순식간에 마치 냉동창고에 들어와 있는 거처럼 추위가 느껴졌다.

 

장마 기간이라 비가 오기는 하지만 몸에 오한이 올 정도로 추운 건 아니었는데

 

뼛속부터 찬 기운이 느껴지면서 다리 쪽은 감각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정신은 깨어있지만 몸이 안 움직여져서 가위라는 걸 느끼는 순간

 

멀리서 검은 형체가 못 알아들을 말들을 낮고 빠르게 속삭이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내무실이 어둡기는 했지만 밖에서 빛은 들어왔었는데

 

그 검은 형체가 내게 다가올수록 내무실은 점점 어두워져 갔고

 

검은 형체가 서있던 문쪽은 이미 형체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워져 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지만 그 안에 검은 형체가

 

날 보면서 서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몸을 움직이고 싶었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검은 형체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떨면서 바라볼 뿐이었다.

 

 

 

 

 

 

 


그 검은 형체가 내 근처까지 왔을 때 덜덜거리던 창문이

 

서서히 멈추는 걸 느꼈다.

 

멀리서 들리던 빠른 속도의 속삭임도 밖에서 들리던 빗소리도 그친 듯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순간 세상이 고요해진 듯 적막이 흐르고 시간이 멈춘듯한 착각이 들었다.

 

온몸이 떨리고 오한과 공포가 등부터 스며들었지만 여기서 지면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를 악물고 검은 형체를 노려봤다.

 

 

 

 

 

 


"XXX(관심 병사 이등병)는 어디 있나?"

 

담배를 한 30개를 한꺼번에 핀 듯한 걸걸하고 쉰 목소리가 저음으로 들렸다.

 

말을 하길래 얼굴을 봤는데 검은 형체의 얼굴은 안 보이고 뒷모습만 보였다.

 

검은 형체는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뒤를 돌아보고 서있는 것이었다.

 

속으로 '뭐지?'싶었는데 일딴 나를 그 관심 병사 병신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서 오해를 풀어야 했다.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말을 할 수가 없으니

 

어떻게든 입을 벌려보려고 노력을 했다.

 

 

 

 

 

 

검은 형체가 나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XXX(관심 병사 이등병)는 어디 있나?"

 

대답을 못하면 진짜 큰일이 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머릿속으로 계속 난 아니라고 되뇌고 또 되뇌었다.

 

근데 알아들은 것인지 검은 형체는

 

"XXX(관심 병사 이등병)는 지금 어디 있나?"

 

하고 다시 나에게 물어봤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나는 그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바로 XXX가 대대의무대에 입실해 있다고 머릿속으로 외쳤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입에서 침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움직일 수 없음에 너무 답답하고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으니 너무나 공포스럽고 미쳐버릴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빗소리가 그치고 흔들리던 창이

 

서서히 멈추면서 등 뒤로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빛이 내무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한겨울 추위 같던 오한이 사라지고

 

몸이 풀리는 것을 느끼면서 검은 형체를 똑바로 바라봤다.

 

 

 

 

 

 

검은 형체도 빛이 들어오면서 나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낮고 빠르게 속삭이던 그 소리들도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가위가 풀리고 겨우 일어나서 앉았는데 마침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애들이 문을 열고 내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한 30분 정도 지난 거 같다.

 

아까 애들 나가고 나서 한 5분도 안 돼서 가위에 눌렸으니

 

30분을 내리 가위에 눌려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