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의 한 포병 부대

2016.09.20 01:16귀신이 보인다

 

 

 

 

08년도 포병으로 근무할 때 이야기이다.

우리는 자주포인 K55를 운용하는 여단 예하 부대였다.

전방은 웬만하면신형 막사로 바뀌었는데 아직 우리 부대는

 

 

옛날 막사에서 캐비닛도 없이 나무 관물대였다.

그리고 삭막한 콘크리트 포진지와 콘크리트 가건물들이 구내 무술과 어우러져

주둔 장병이 100명이 넘었지만 사람 새끼 한 명 없는 체르노빌 같았다.

진짜 사진에서만 보던 90년대 군대 스타일에 포병이라 포대별로 거리도

너무 멀어서 고개 하나를 넘어야 다른 포대가 나올 정도였다.

우리만 고립된 느낌이 들었고 게다가 주변에 무덤도 있어서

분위기가 어둡고 을씨년스러웠다.

 

 

 

 

 

9월 어느 날이었다. 야간 탄약고 근무가 끝나고

행정반으로 총기 반납을 하러 들어가는데 행정반이 난리가 났다.

2내무반이 불이 다 켜져 있고 일직사관은 안 보이고 인사계는 전화하기 바쁘다.

2내무반에서 고함소리 들리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거 보니

누가 아파서 급하게 여단 응급차를 불렀나 보다.

신경 안 쓰고 무기고에 총기를 반납하고 컵라면에 물을 받아 들고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갔다.

 

 

 

 

 

후임은 궁금한가 본데 물어보지도 못하고 날 따라나왔다.

나는 너무 졸렸기 때문에 일딴 담배 피우고 들어가서 자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담배를 피우면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인사계가 밖으로 나왔다.

"야 뭐 땜에 난리가 난 거야?"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2내무반 불침번이 기절을 했습니다."

뭐 때문에 기절을 했는지 물어봤지만 인사계도 모른다고 했다.

뭐 때문에 기절을 한 것이고 어떻게 처리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담배를 피우고 내무실로 들어갔는데 불이 꺼져있음에도

내무실에서 애들이 웅성웅성 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분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ㅇㅇㅇ가 정비실에서 귀신을 봤답니다."

이야기를 했다.

뭔 귀신을 보고 기절을 하나 어이가 없어서 웃기지도 않았다.

"그 ㅅㄲ 저거네 의가 제대하려고 수 쓰는구먼?"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를 하면서 문에 달린 창문으로

2내무 실을 봤는데 ㅇㅇㅇ가 링거를 맞고 있는데

손발을 떨면서 입을 꽉 다물고 천장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다.

 

 

 

 

 

비아냥댈 분위기가 아닌 거 같아서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올 정도로 궁금해서 이틀이 지난 후에 다시 2내무반에 가서 물어봤다.

이야기인즉슨 그날 3번 초였던 ㅇㅇㅇ가 경계근무자들이 나간 후

현황판을 작성하고 있었는데 누가 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무실을 봤는데 다 자고 있었다. 그래서 별거 아니구나 하면서

내무실에 붙어있는 정비실의 창문을 봤는데

순간 너무 놀라서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고 했다.

 

 

 

 

 

몸이 거의 반쯤은 으깨진 피떡이 된 반 나신의 남자가

창문에 얼굴을 딱 붙이고 눈을 계속 굴리면서 내무실 안을 보고 있었다고 했다.

뭘 보나 자세히 보니 자는 애들을 한 명씩 빠르게 훑어보고 있었다고 했다.

근데 갑자기 ㅇㅇㅇ를 보더니 머리를 막 창문에 부딪치면서 문을 열려고 허우적댔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무서웠지만 괜찮았는데 순간 정비소의 문이 열리면서 그 귀신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대로 기절을 했고 ㅇㅇㅇ은 지금도 무서워해서 밤 근무에 열외 되고 있다고 한다.

 

 

 

 

 

정말 웃기지도 않았다. 귀신이 나오려면 부대 옆에 무덤가에서 나와야지

왜 가만히 있는 내무실에서 나오겠는가.

애들은 수군수군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3일 후 또 불침번이 귀신을 봤다.

처음에는 신경도 안 썼었는데 또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슬슬 나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날은 내가 일직 하사를 하는 날이었다.

빠르게 총기와 인원체크를 하고 점호 준비를 하면서

한가지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

바로 2내무실 옆에 있는 정비소에서 귀신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정비소가 뭐냐면 내무실 옆 작은방으로서 이발소 의자 하나 놔놓고

이발도 하고 소파에서 라면도 먹고 하는 작은 방이다.

 

 

 

 

 

점호가 끝나고 불이 나게 근무교대 다녀왔더니 일직사관이

컴퓨터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원래 12시 넘으면 BOQ로 자러 가는데

요즘 불침번들이 기절을 하니 혹시나 해서 행정반에서 밤을 새울 모양인 거 같았다.

'아 ㅅㅂ 자리를 비워야 정비소에 갈 수 있는데..."

일직사관이 잘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공부하던 손금과 관상 책을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3번 초까지는 기다려야 잘 거 같았다.

 

 

 

 

 

2내무반 불침번들은 귀신본 불침번들 때문에 인원체크랑 근무자 깨우면

행정반에 와서 상황병이랑 노가리를 까고 있었다.

새벽 1시 영화가 끝나고 심심해하던 일직사관이 의자에서 잠이 들고

드디어 기회가 왔다.

근무자들이 때마침 행정반으로 들어왔고 신고를 하려는 애들을 바로 끌고 나가서

근무지로 근무교대를 돌렸다. 근무 끝난 근무인원은 구보로 복귀해서

신속하게 총기 반납을 한 후 상황일지를 쓰며 때를 기다렸다.

 

 

 

 

 

근무자들이 빠지고 나서 상황이 정리가 되자

내무실 점검하는 척하면서 2내무반으로 일지 들고 들어갔다.

불침번은 행정반에 가있어서 자는 놈들 빼면 나만 맨정신으로 있었다.

LED로 자는 놈들 얼굴 한 번씩 봐주고 나서 바로

정비실 문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이발소 의자에 앉아서 귀신이 오기를 기다렸다.

일부로 LED도 끄고 문밖에 비치는 가로등 불에 의지해서 방안에 앉아있었다.

 

 

 

 

 

다음 근무교대까지 1시간 10분이 남았으므로 그동안 여기서 놈을 기다릴 수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귀신을 보고 싶었지만 이제는 오기가 생겨서

꼭 봐야겠다는 생각에 심심해 죽을 거 같은데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계속 정비실에 앉아서 귀신을 기다렸다.

근데 이상한 게 2내무반 정비실은 뭔가 으스스 한 기분이 들었다.

딱히 뭐가 잘못된 것도 아닌데 느낌이 으스스했다.

 

 

 

 

 

그래도 참고 계속 기다렸는데 50분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에이 시발 병신들이 헛것 보고 기절했네 비웃으면서

다음 근무자 교대를 위해 정비소 문을 열고 2내무반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으려고 돌아서면서 문 손잡이를 잡는데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시발 창문으로 그 상반신이 으깨진 귀신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비명을 지르거나 기절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몸이 굳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목소리도 안 나왔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려서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피투성이인 그 상반신이 으깨진 귀신은 문에 달린 창문에 으깨진 얼굴을 비비면서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 나도 기절이란 걸 할 수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서워서 돌아버릴 거 같은데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 졌다.

이를 악물고 뒤돌아서 행정에 반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2내무반 이랑 본부 소대를 지나야 행정반이라 좀 거리가 되는데

재빨리 2내무반 문으로 달려가서 문을 열라고 문 손잡이를 잡았는데

목뒤가 서늘해지면서 닭살이 돋았다. 등 뒤가 세 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잡히면 뒤진다.' 힘으로 문을 제겨버리고 뒤도 안돌아 보고

바로 행정반까지 뛰었다. 본부 소대 문은 그냥 발로 차버리고

행정반으로 미친 듯이 뛰어갔다.

행정반 문을 있는 힘껏 열어버리자 "쾅!"소리가 났고

일직사관이 깨는 모습이 보였다.

행정반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뒤돌아서 2내무반을 봤는데

저 복도 끝 정비실 창문에서 아직도 창문에 얼굴을 비비면서

그 귀신이 날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난리를 치는 바람에 2내무반이 전원 기상을 하고 본부 소대까지

난리가 났다. 일직사관까지 깨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일직사관한테는 점검하러 갔다가 귀신을 봤다고 둘러대고

너무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일직사관이 나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매년 명절이 되면 주임원사랑 대대 간부들이 모여서 4포 분대장을 대리고

4포 포상에서 간단하게 제사를 지내고 술 뿌리고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포대장도 이유를 몰랐었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는데 무시무시했었다.

예전에 지금 K55가 아닌 8인치 똥 자주포였던 시절 비사격 훈련이라고 매일 8시가 되면

포상에 뛰어 올라가서 사격절차 연습하는 보병들로 따지면 5대기 같은 개념의

피 말리는 훈련이 있었다.

 

 

 

 

8인치 자주포 월남전 때 쓰던 미제 자주포로 우리나라도 1966년에 처음 도입을 했었다.
    실제로 보면 더 어마어마하게 생겼고 2차 세계대전에 만들어졌던 거포들 같은 느낌이다.

 

 

 

 

그날도 넷포에서 이 사격훈련을 진행 중이었는데 부사수가 포구 조정을 하는데

말을 듣지를 않았다. 가끔 K55도 그렇지만 옛날 자주포들은 날씨가 춥거나 더우면

포신이 위아래로 잘 안 움직인다. 유압조절을 해서 고쳐야 하는데 이걸 고친다고

4포 상병 한 명이 포신 밑으로 들어가서 유압 조정 밸브를 조정하고 있었다.

 

 

 

 

 

건드롭 현상이라고 포 내부에 유압 차이가 심하면 포신이 주저앉는 현상이다.

하필 상병이 포신 밑에 들어가서 수리를 하고 있던 상황에서 건드롭 현상이 발생했다.

몇 톤짜리 쇳덩이가 상병의 상반신을 짓눌렀고 그 밑에 깔린 상병은

"개새끼들아!! 포신 올려!! 시발!!! 빨리!!! 으아아아아아악!!!!!!"

대대 전체가 울릴 정도로 비명을 지르면서 절규를 하다가 고통스럽게 죽었다고 한다.

나중에 수습하려고 시신을 꺼냈는데 진짜 상반신이 다 으깨져서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뒤로 주임원사의 주도로 매년 명절이 되면 4포 분대장이랑 같이 간단하게 제사를 지내고

위령행사를 했다고 한다. 고통스럽게 죽었으니 제발 부대에 해코지하지 말아달라고 빈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듣는데 너무 소름이 돋는 게 2내무실 정비실이랑 4포 포상이랑은 정면으로 직선으로

배치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2내무실 정비실에서 나오는 것이었구나...

 

 

 

 

 

 

그 뒤로 2내무 실은 불침번 설 때는 정비실에 절대 들어가지 않고

불침번들은 정비실 창문을 절대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중대원들도 웬만하면 혼자서 정비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분이 정비실 문 사이에 붙어서 그렇게 내무실 병사들을

지켜보고 있는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