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계단

2017. 6. 16. 01:49귀신이 보인다

 

 

 

 

지오피에서 한참 뺑이 칠 때 이야기이다.

전 반야 때 철조망 보수를 하고 정말 힘이 들어서 죽을 듯이 잠에 들었다.

근무 때문에 잠이 깨서 진짜 돌아버릴 거 같은데 꾸역꾸역 장구류 착용하고

거의 서서 좀비처럼 정신이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서

근무지까지 정신의 끈을 부여잡고 기어서 올라갔다.

 

 

 

 

 

 

병장은 들어오자마자 바로 총기 내려놓고 주저앉았고

나도 난간에 총기 걸치고 사주경계를 하는 척하면서 졸았다.

진짜 당나라도 이런 당나라가 없지만 근무도 빡세 죽겠는데

작업까지 토할 정도로 시켜대니 체력이 남아나지가 않았다.

진짜 누구 하나 쓰러져야 정신을 차리지 정말 너무 가혹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중에도 등 뒤부터 올라오는 뭔가 세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는데 계단에 사람 그림자가 앉아있는 게 보였다.

순간 식은땀이 나면서 인생 끝장난 느낌이 들었다.

"아 ㅅㅂ 소대장 순찰 나왔구나! 진짜 좆됬다."

죽을 각오로 다시 쳐다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병장은 앉아서 코를 골고 있었고 초소에는 병장과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근무를 끝내고 내려와서 아무 생각 없이 잠이 들었고

별일 없구나 하고 넘기면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취사 지원을 나가가 되었다.

짬이 안되던 시절이라 너무나 기분 좋고 신나는 취사 지원이라

기쁜 마음으로 가서 밥 짓고 설거지하고 취사 고참과 노가리를 깠다.

취사 고참이 뭐 재미난 이야기 없냐고 물어보길래 며칠 전 근무지

에서 사람 그림자 본 이야기를 해 줬다.

 

 

 

 

 

 

 

그런데 취사 고참이 한참을 이야기를 듣더니 나를 보면서

다음에 그 초소를 가면 계단 옆에 타이어 쌓아놓은데

흰색 페인트 칠해져 있는지 확인하고 와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뭔 소리인지 하면서 취사 지원을 끝내고 올라왔는데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고 그 고참의 말이 잊히지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근무 올라갔을 때 계단 옆을 확인했는데

계단뿐만 아니라 진짜 타이어들이 흰색 페인트로 다 칠해져 있었다.

 

 

 

 

 

 

 

 

 

너무 궁금해서 다음날 바로 취사 고참을 찾아가서 계단뿐만 아니라

옆에 타이어들까지 전부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다고 했더니

취사 고참이 하는 말이 1년 전에 우리 부대가 GOP에 투입되기 전

그 자리에서 이등병 하나가 입에 총 당겨서 자살한 자리였다고 했다.

머리가 날아가고 계단부터 옆에 타이어들과 땅까지 온통 피범벅이어서

 

타이어까지 전부 하얀색으로 칠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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